하늘과 땅이 바로 잡히고, 인人과 귀鬼가 제대로 자리 잡으니. 때는 바야흐로 평화의 시대였다. 하늘에 터를 잡은 신선이 으레 그렇듯 얼마나 긴 시간이 흘렀는지는 모른다. 혹은 생각보다 오래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좌우지간 계절이 반복하는 만큼 인계도, 선계도, 귀계도 시간이 흘렀다. 삼계에서 난 존재는 각자 자리에서 살아갔다. 선계 서북쪽에 자리 잡은 도위궁...
온갖 기억이 켜켜이 쌓여 있던 공간은 예의 질서 있는 곳이 아니었다. 무너진 책장에는 듬성듬성 책이 빠져 있었다. 바닥을 어지럽히는 종이는 쪽수가 섞인 채였다. 관리자는 이곳을 기억이 잔류하는 곳이라 설명했다. 그렇다면 지금 이 모습은 있을 곳을 찾지 못한 기억이란 말인가. 유민아는 부정당해 사라져가는 무의식이라고 여겼다. 아주 어릴 적 좋아했던 책을 뒤지...
“영웅이 존재하는 것만으로 세상은 다시금 희망을 얻습니다.” 극단적인 이타에는 자아가 없다더니. 신념에 가득 찬 올곧은 목소리를 들으며 민아는 그 생각부터 했다. 존재만으로 도움이 된다고. 물론 그럴 수 있다. 구원은 셀프라지만 당사자도 모르게 구원의 존재로 삼는다면 어쩔 방법이 없었다. 참. 헌터는 하루가 멀다하고 죽어 나가는 마당에. 세상은 모순덩어리다...
들것으로 옮겨지는 헌터는 가까운 병원으로 후송됐다. 보호자로 따라간 민아는 제법 익숙한 행동거지로 대신해서 입원 수속을 밟았다. 담당의는 신경쇠약이라고 말했다. 기력이 많이 쇠한 상태로 절대적인 안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1인실로 배정받은 헌터는 뺨이 야위었고, 감은 눈이 푹 꺼져 유난히 깊어 보였다. 안정제가 섞인 수액을 달고 죽은 듯이 누워있었다. 똑...
“…팀장님. A는 왜 의상부터 다시 셀렉이에요?” “맘에 안 든다나. 어려 보이고 싶대.” “미친. 나이가 몇인데. 이제 슬슬 무게감을 줘도 괜찮을 때라고 내가…, 하…….” 민아는 마른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벌써 며칠째 철야였다. 협찬사에 메일을 보내고, 통화하고, 직접 협찬사로 외근을 나가고. 다시 협찬사에 메일을 보내고, 통화하고, 외근을…. 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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